어쩌면 달은 세상에서 가장 야한 존재가 아닐까?
조심스레 내민 손끝처럼, 초승달이 태양의 빛을 가리며
숨겨왔던 마음의 조각을 드러내.
점점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상현달,
반쯤은 보이고 반쯤은 감춰진 채로 나를 유혹한다.
가득 찬 사랑으로, 모든 것을 드러내는 보름달.
그 빛에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비추고.
하지만 이내, 사랑이 식어가듯 조금씩 감추기 시작하는 하현달.
반쪽짜리 슬픔을 내게 남기고.
마지막으로, 나를 더 이상 바라보지 않을 것 같은 그믐달.
이별을 예감하게 하는, 차가운 그림자를 남기며.
이 모든 것이 마치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 같아서,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상징하는,
나는 달이 너무 좋다.